- 2025년 6월까지 상장 약속, 소프트뱅크 엑시트 목적
- 29년째 적자, 막대한 R&D 비용 부담에 구글도 던져
- 보스턴다이내믹스 자산총계 4분의 1토막

[편집자주]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 투자심리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어급 종목들이 차가운 시장 분위기에 IPO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공모를 철회했다. 증시는 한 나라 경제의 바로미터다. 한국 증시가 만년 천수답에서 벗어나려면 투명한 IPO를 활성화해야 한다. 뉴스웨이브는 IPO 준비기업의 가려진 시간과 이로 인한 사업·지배구조 개편·배당정책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소프트뱅크그룹과 약속한 기업공개(IPO) 시한이 도래하고 있다. 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장기 부진에 빠진 탓에 상장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에는 정의선 회장의 지분 가치도 걸려 있는 만큼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6월 약 1조를 투입해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1997년 기아자동차 인수와 비견될 만큼 큰 딜이었다. 

재원 마련은 현대차 3736억원(30%), 현대모비스 2490억원(20%), 정의선 회장 2490억원(20%), 현대글로비스 1245억원(10%) 등이 나눠 분담했다. 이듬해 9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지분 전량을 투자 법인인 HMG글로벌에 현물출자 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현대차그룹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매각하는 조건에 풋옵션 조항을 달았다. 조항은 현대차그룹이 2025년 6월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상장시킨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그룹 입장에서는 남은 지분 20%에 대한 처분 기회를 얻기 위함이다.

만약 약속 기한 내 상장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그룹이 가진 보스턴다이내믹스 20% 지분을 2026년 6월까지 인수해야 한다. 계약서에 따르면 당시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주체들이 나눠 매입해야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문제는 지분 매입에 소요되는 대규모 현금 유출이다. 2021년 기준 정의선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0%를 개인 자격으로 취득할 때 2400억원을 냈다. 기술이 진화된 만큼 지분 가치는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적자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계약서에 기재된 상장 기한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차그룹의 고심이 더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25년 6월까지 나스닥에 입성하려면 적어도 올해 상반기 내에는 준비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상장 자문, 주관사 선정 등 물리적으로 소요되는 필수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상장 기한을 맞춘다고 해도 올해 다이내믹스의 적자 폭이 지속된다면  현대차그룹과 소프트뱅크그룹 양측 모두 상장 효과를 누리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풋옵션에 따른 지출을 부담하더라도 상장 최적의 타이밍을 노릴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3348억원을 냈다. 돈을 벌지 못하니 자산총계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 자산총계는 2945억원으로 전년 3921억원과 비교해 약 1000억원이 증발했다. 자산총계가 쪼그라들며 현금성자산도 크게 준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총계가 4분의 1토막이 날 정도의 대규모 재무악화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부채가 280억원 증가에 그친 것을 보면 비축한 현금성자산을 상당히 소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992년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학내 기업이 전신이다. 2013년 구글이 인수했다가 2018년 소프트뱅크그룹에 넘겼다. 이후 2021년 현대차그룹으로 주인이 바꿨다. 로봇산업 특성상 상용화되기까지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생산설비 증설 투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이 손 바뀜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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