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타르는 어느 정도 강수량이 있다. 겨울에도 간혹 눈이 내려서 울란바타르 인근 초원은 설원을 이룬다. 하지만 울란바타르에서 남쪽으로 100킬로 정도만 벗어나면 들판에 눈이 보이지 않는다. 강수량이 적어 거의 눈이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에서 한번 내린 눈은 봄까지 녹지 않는다. 매마른 붉은 평원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고비사막이다. 초이르에서 샤인샨드까지 이번 겨울에 한 번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고비는 사하라처럼 모래 언덕이 있는 사막은 아니다. 강수량이 적어 목초가 무성하지 못해 붉은 대지가 드러난 끝없는 평원일 뿐이다. 이곳 사람들도 여느 몽골 촌락처럼 오축을 유목하며 산다. 인구가 68,0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이 곳 교류 중심지인 샤인샨드는 사막 한 가운데 분지에 자리 잡고 있다.
 
 
 
샤인샨드를 빙 둘러 성벽같은 언덕이 보인다. 언덕 아래 푹 파인 분지에 더르너 고비의 주도인 샤인샨드가 자리잡고 있다. 샤인은 몽골어로 ‘센’ ‘좋은’ 이란 의미이다. 샨드는 샌드 모래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샨드는 물이다. 그러니까 이 도시의 이름이 ‘좋은 물’이다. 고비에서 가장 물 좋은 곳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에 물이 흐르는 강이나 호수는 전혀 볼 수 없다. 왜 물이냐 물었더니 고비에서 낮은 지역인 여기가 아주 오랜 옛날에 바다였을 거라고 한다. 고비 사막에서 공룡 화석이 많이 출토된다. 중생대에 고비사막이 공룡이 살았던 초원이니 낮은 지역인 여기는 바다라는 지질학적 의미로 도시 이름을 지었다.
 
 
샤인샨드에 들어오면 광장에 낙타 조형물을 제일 먼저 만난다낙타는 사막에서 가장 중요한 가축이고사막의 상징이다.
 
 
이 조형물 뒤로 제법 근사한 아파트가 있다. 1층과 지하는 몽골에서 가장 큰 유통 체인 노민수퍼마켓이 있다. 노민 마트는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을 판매하는 대형 마트이다. 몽골어로 놈은 책이다. 노민 마트를 직역하면 책 상점이 된다. 그런데 여기는 생필품을 판매하는 대형 유통 매장이다. 물론 책이 진열된 매대가 있기는 하다. 책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점은 ‘노민 델구르’라고 한다. 그리고 책을 보관하는 도서관은 ‘노민상’이다.
 
 
 
도시의 중심은 광장이다광장 주변에는 주요 시설들이 있다그래서 광장 주변만 돌아다니기만 해도 도시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광장 입구에 있는 큰 건물은 몽골의 제일당인 인민당사다이 건물 대부분은 공증사무실이나 상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더르너 고비 주청사와 샤인샨드 시청이 차례로 있다샤인샨드에 살기 위해서 거주 허가를 받으려면 시청 2층에 있는 담당자에게 가야 한다.
 
 
 
 
내가 활동하는 교육문화예술국은 인민당사 뒤에 있다. 기관 이름이 좀 거창하지만 규모는 약소하다. 직원이 10명 밖에 되지 않는다. 기관에 들어가면 좁은 복도 양편에 사무실 몇 개가 있다. 사무실 문이 열려 있으면 담당자가 출근하여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여기서는 민원 업무를 따로 보는 부서는 없다. 담당자가 직접 취급하기 때문에 어떤 업무가 필요하면 담당자의 이름과 사무실 위치를 파악하고 직접 찾아가야 한다.
 
 
 
중앙 광장 앞에 붙어 있는 공원에는 커다란 공룡 조각이 있다. 귀엽게 만들기는 했는데 소재가 세멘트라서 부식되어 떨어져 나간 곳이 더러 있다. 더르너 고비의 자랑 거리는 공룡이다. 사막에서 공룡 화석이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고비사막에서 발견되는 공룡 화석이 새로운 종으로 판명되어 ‘타르보사우르스바타르’로 명명했다. 그런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밀반출이 성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백만 달러면 몽골 공룡 화석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에 밀반입된 공룡 화석 10점을 몽골에 돌려주었다는 기사가 났었다.
 
 
 
시 외곽을 둘러 싼 언덕에 오르면 전쟁기념물이 있다. 다쉰 단잔반치흐라는 이 전쟁 영웅은 전쟁 당시에 유명한 사격의 명수였다고 한다. 몽골은 2차 대전의 전승국이다. 1911년에 외몽골에서 독립선언이 이루어지고, 1939년에 몽골-소련 연합군과 일본 관동군과의 전투가 벌어진다. 쥬코프가 지휘하는 몽-소 연합군은 할흐강과 할힐골에서 승리를 거두고, 일본군을 격퇴한다. 쥬코프는 몽골에서 인기가 높다. 울란바타르에 그의 박물관과 기념공원이 있다. 박물관 이름은 쟈코빈 모제다.
 
 
 
전쟁기념물 옆에 어워가 있다. 몽골에서 사람이 사는 곳 주변에 높은 언덕이나 산마루에는 어워가 있다. 어워는 우리의 성황동과 비슷한 토속 신앙 기도처다. 몽골 사람들은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는 어워에 가서 기도를 한다. 어워에 가면 자갈 몇 개를 주어 어워에 하나씩 던져 올리면서 소원을 말한다. 머리를 조아리고 기도를 하기도 한다. 보통 세바퀴 정도 돌며 기원을 한다. 명절에는 예물을 올리고 우리의 굿처럼 기원을 하기도 한다. 몽골은 티벳 불교가 전파되어 있다. 그래서 타르초가 어워 앞에 걸려 있다.
 
 
 
샤인샨드는 12,000명 정도 살고 있다더르너고비 인구의 5분의 정도가 된다. 4인 가정으로 생각하면 대략 4백에서 5,6백 가구 정도가 거주하는 도시이다.
 
 
 
여기에는 5층 짜리 아파트가 대략 오륙십 동 정도 있다여기의 아파트 주소는 우리처럼 층을 나타내지는 않는다좌측 1층의 첫 번째 가구부터 번호를 붙인다한 층에 3가구가 있으니까 맨 첫 번째 출입구는 15번까지 가구가 있다출입구가 네 개 있는 이 아파트는 60호 까지 있는 셈이다.
 
 
 
단독 가옥은 약 오백평 정도의 대지를 판자로 담을 치고 집을 짖는다대부분의 집에는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가 같이 지어져 있다유목민인 이들은 게르가 마음의 고향이다우리에게 캠핑 문화가 유행하는 것처럼 이들은 마당에 게르를 짖고 거기서 생활하는 것을 즐긴다.
 
 
시 외곽에는 허름하게 게르 한 동만 지어진 집들도 있다시골에서 게르를 가지고 와서 시외곽 빈 땅에 무작정 게르를 짖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몽골은 기본 경제 체제가 사회주의 기반이다시골에서 올라와 빈 땅 차지하고게르 짖고 살아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그래서 울란바타르가 인구 과밀이 되고공기 오염이 심각한 도시가 되었다이 도시 외곽에도 게르 빈민가가 생기고 있다.

 
 
이 도시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곳곳에 아파트와 상가가 신축되고 있다. 이런 게르촌도 외곽에 점점 더 생기고 있다. 이유는 여기가 더르너고비의 경제와 교육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는 더르너고비 아이막의 중앙에 자리잡리 잡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백여킬로만 가면 중국 접경인 자밍우드가 있다. 몽골에 공급되는 생필품 대부분은 중국에서 온다. 공산품은 물론이고 오축 육류를 제외한 농산품 거의 모두 중국에서 온다.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이 도시가 경제중심지가 될 수 밖에 없다. 고비 사막에 흩어져 사는 유목민들은 생필품을 구입하러 여기에 와야 한다. 그런데 여기는 대중 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시골 사람들이 여기를 다녀가려면 여럿이 묶어서 승용차로 오고 간다. 왕래하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여기에 기거할 집을 마련한다. 사막의 유목민들은 자식 중의 하나를 도시인 샤인샨드로 보낸다. 여유가 있으면 아파트, 그렇지 못하면 게르를 가지고 온다. 기관에 근무하는 교사들 대부분이 부모나 형제가 시골에 산다. 늙은 부모가 고향을 지키는 우리나라 현실과 비슷하다.
 
 
도로 한편에 버스정류장처럼 생긴 것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각 솜에 연결하는 정기 버스 노선이 없다. 여기는 카풀 정류장이다. 일보러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여기서 행선지가 같은 차를 잡는다. 몽골은 모든 승용차가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다. 택시 간판을 달고 있지 않아도 사람들은 태워주는 차를 택시라고 한다. 여기서 택시 요금은 시내를 벋어나지 않으면 한 사람당 오백 투그릭 주면 된다. 그런데 울란바타르는 좀 다르다. 보통 이천 투그릭 이상은 줘야하고, 사람에 따라서 바가지를 씌울 수도 있다. 안전하게 이동하려면 정식 택시를 이용해야 되는데 잘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위험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직 몽골 사람은 순진하다. 타지에서 즐겁게 사는 방법은, 그 동네 사람들을 믿고, 그들이 사는 방법으로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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