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소르고일은 일반적으로 학교를 말한다. 국립 소르고일은 1학년에서 12학년 까지 있는 종합학교다. 몽골은 7살에 취학해서 12년간 기초 교육을 한다. 우리나라와 과정을 비교해서 구분하면, 1-6학년을 바그 소르고일이라고 한다. 바그는 작다는 의미다. 이와 반대인 크다는 ‘톰’이다. 아이들은 부를 때도, 큰 아이는 톰후, 작은 아이는 바그후 라고 한다. 중학교 과정을 돈드 소르고일, 7학년에서 9학년 까지다. 고등학교 과정인 10에서 12학년은 아흐라흐 소르고일이라고 한다. 몽골의 대부분 지역에서 국가가 운영하는 학교는 이와 같다. 그런데 최근에 울란바타르에는 사립학교가 생겨나 부유층들이 자녀를 보내기도 한다. 특별한 목적으로 과정별로 사립학교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국립 소르고일은 생긴 순서에 따라 1번부터 번호를 붙인다. 울란바타르에 소르고일이 몇 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남부버스터미널 근처의 국방부 앞에 172번 소르고일이 있는 것을 보았다.
 
 
대학은 이흐 소르고일이라고 한다. 2년제이든 4년제이든 구분하지 않고 이흐 소르고일로 불린다. 몽골 국립대학교는 몽골 올신 이흐 소르고일, 올스는 국가, 끝에 인을 붙이면 소유격이니까 국가의 대학교다. 울란바타르에 두 번째로 큰 학교는 몽골국립교육대학교다. 몽골 올신 볼로브스롤 이흐 소르고일이다. 여기의 볼로브스롤은 교육이다. 앞 글자만 따서 모비스(MУБIC)라고 한다. 두 대학 모두 울란바타르 중심가에 있어서 두 대학만 오가면 울란바타르 시내 주요 지점을 거의 다 볼 수 있다.
 
 

시골에 있는 학교들도 마찬가지지만, 시설은 좀 다르다. 학생들 집이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학교 안에 기숙사가 있다. 샤인샨드에서 50킬로 미터 정도 떨어진 준바양에 있는 소르고일을 방문했다.
 
고비는 사하라처럼 모래 언덕이 있는 사막은 아니다. 여느 몽골 초원 지대와 비슷하다. 단지 비가 안 내려 땅이 메말라 있을 뿐이다. 준바양은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작은 마을인데 철로가 지나가고 기차역이 있다.
 

이곳은 과거 소련군이 대규모로 주둔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중소 분쟁 때 여기에다 전차 부대를 주둔해 놓고, 중국을 위협했던 곳이다. 지금 소련군은 철수하고 몽골 군대가 관리하고 있단다.
 
 

여기는 군인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작은 도시가 개발되어 있고, 군인 자녀를 교육하는 소르고일과 체체르레그가 있는 것이다.
 

수업 일정표가 있는 삼바르가 있다. 몽골에서는 알림이 있는 현판을 모두 ‘삼바르’라고 한다. 길의 광고판도 삼바르, 벽의 현판도 삼바르, 교실의 칠판도 삼바르, 교실 뒤편 안내판도 삼바르다. 몽골인들은 말을 참 아낀다. 하나 가지고 여러 모로 쓴다. 이것도 노마드의 특징인가? 적게 가져야 다니기 편리하니까.
 

소르고일이든 체체르레그이든 아이들이 있는 곳은 모두 CCTV로 공개한다. 우리나라는 경비나 보안이 필요한 곳에 만 설치하고, 교실은 이렇게 공개하지 않는다. 인권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공개를 꺼린다. CCTV 영상 열람도 절차를 거쳐 신청해야 되고, 심한 곳은 경찰 입회를 요구하기도 한다.
 
 
 
 

기숙사를 ‘도토르 베르’라고 한다. ‘도토르’는 안 이다. 안에 있는 것, 모두 도토르다. 사람 배도 도토르, 양곱창도 도토르, 기숙사도 안에 있어서 도토르다. ‘베르’는 현대식으로 지어진 살림집이다. 아파트를 베르라고 한다. 기숙사 한 실에 네 명이 거주한다. TV가 있는 휴게실, 세탁실도 있다. 휴일이라 세탁실에서 빨래하는 아이들도 보인다.
 
 
 
 

시골 아이들은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살고, 6월-8월 방학 때 집에 간다고 한다. 몽골의 학기는 9월부터 다음 해 5월 까지이다. 휴일이지만 학교 식당은 아이들을 먹여야 하니까 문을 연다. 몽골 집에 가면 자리에 앉자마자 수태체부터 따라 준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가장 자주 먹는 밥(음식)은 몽골 만두 보츠다. 주먹보다 약간 작아서 한 입에 넣기 좋다. 그렇다고 입에 바로 넣었다가는 일 난다. 만두 속은 고기와 약간의 무 채를 섞은 것이다. 만두 찔 때 고인 즙이 상당히 뜨겁다. 그냥 덥석 물었다가는 입 천장 다 까진다. 먹는 모습을 보니, 만두 겉을 살짝 물어 즙을 빨고 나서, 보츠를 입에 넣는다. 보츠와 무 채 사라다, 빵, 치즈, 잼, 식사 차림이 아주 간소하다.
 

여기는 무엇일까? 화장실이다. 숫자 영으로 표시되어 있다. 왜 0 일까? 방에는 사는 주인이 있는데, 여기 사는 사람이 없어서 일까? 컴퓨터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짤 때, 데이터 들어가는 방을 선언하고 나서, ‘널(null)’값을 넣는다. ‘널’이 0 이다. 여기 와서 그 ‘널’의 실체를 만났다. 몽골 시골에서는 화장실을 ‘조르롱’이라고 하고, 현대식 건물에서는 ‘너일’ 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조르롱은 퍼세식, 너일은 수세식이다. 근사한 식당이나 사무실에 가서 화장실 찾을 때, 조르롱 찾지 마라, 너일 해보라. 반응이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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