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다 보니, 책 볼 시간이 좀체 나지 않는다. 무게도 안 나가고,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빠르고, 편리하기는 하다. 하지만 이 정보들은 하나하나 떨어져 있어서 뭔가 부족하다. 이런 것들을 모아 정리하는 것도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든다. 그래서 책이 필요하다. 책은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생명을 불어 넣은 정보꾸러미다. 책을 보고 얻은 정보와 여기저기서 주어들은 것 들 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금요일 107기 선배 단원들이 임기 마치고 귀국 보고하는 자리에 갔었다. 마침 한 사람이 컴퓨터 단원이다. 멀리 더르너드 아이막의 교육문화예술국에서 봉사활동을 하였다. 지금 내가 파견되려는 곳 더르너고비 아이막은 남쪽 끝, 더르너드 아이막은 동쪽 끝이다. 파견기관이 같은 교육문화예술국이다. 내가 해야 될 일들을 미리 해본 것이라 반가워하며 발표를 보았다. 그런데 그가 한 일은 그 기관 사람들 보조한 것 밖에 없다. 어느 학교에서 발표회를 하면 찰영 도우미하고, 동영상 편집해주는 것 등을 했다. 그리고 동영상 편집프로그램 베가스 사용법 강좌를 했다고 한다. 몽골의 컴퓨터 사정은 수준이 괜찮다. 부분적으로는 우리 나라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컴퓨터 담당 교사들은 전공자들이어서 나 보다 더 잘한다. 귀국단원도 그런 고민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영문-몽골어 컴퓨터 기술 사전을 사가지고 가란다. ‘인터놈’이라는 서점을 알려준다. 인터는 인터네셔널에서 따 온 것, ‘놈’이 책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노민상’ 책 보관 장소다, 책방은 ‘노민 델구르’다.
 
 
토요일 오후 국영백화점에 갔다. 6층의 절반 정도가 서점이다. 점원에게 물어보았더니 여기는 몽골어로만 되어 있는 책만 있단다. 할 수 없이 ‘인터놈’을 찾아야 한다. 백화점을 나와 길을 따라 동쪽으로 걸었다. 영하 30도 극한 추위 속의 거리를 잘 다니는 방법은 5분 정도 걷다가 가게 구경하는 것이다. 울란바타르 중심지는 넓지 않다. 걷다가 가게 하나 구경하고 나니 수하바타르 광장이다.
 
 

백화점에서 오백미터 정도 동쪽으로 가면 수하바타르 광장이고, 바로 그 옆이 울란바타르 호텔이다. 길 건너편이 몽골국립교육대학교다. 역시 서점은 대학가에 있다. 몽골국립교육대학교를 모비스라고 한다. MOБIC(몽골 올신 볼로브스롤 이흐 소르고일). 올스가 국가이니 올신은 국립이다. 이흐는 크다. 소르고일은 학교, 큰 학교가 대학교다. 교육을 볼로브스롤, 선생을 박스라고 한다. 여기서 박사가 나왔나, 박사에서 선생님을 따왔나? 아무튼 발음이 그렇다. 울란바타르 호텔과 모비스 사이에 4차선 도로가 있다.
 
 

몽골의 상점들은 2중문으로 되어 있다. 바깥문을 열고 들어가면 약간의 공간이 있고, 안쪽 문이 있다. 바깥문을 열고 들어가 코트 벋고, 실내 분위기 차림을 한다. 그리고 안쪽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진열된 책을 볼 수 있다. 이 곳 가게들은 대부분이 이렇게 되어 있다. 긴 겨울 매서운 추위에 열 안 빠져 나가게 하려면, 이러지 않고는 안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문은 바깥쪽으로 열게 되어 있다. 바깥이 차고, 안이 더우니, 바깥에서 바람이 안으로 밀려 들어오면 곤란하다. 출입구에 바코드 인식 경보대가 있다. 그런데도 문 앞에 있는 경비가 내 손에 든 쇼핑백을 보관하라고 한다. 도난 방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사전 종류는 2층에 있다. 작은 포켓 사전들이 여러 종류가 보인다. 몽골-한국어 사전도 여러 가지 있다. 몽골-영어 컴퓨터 사전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점원이 한 권을 보여준다. 겨우 백 페이지 정도 되는 포켓 사전이다. 이 정도를 기술사전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다. 일단 갈무리하고, 혹시나 해서 죽 돌아 보았다. 의학 사전은 제법 두꺼운 것이 있다. 건축 사전도 보이고, 그런데 내가 찾는 기술 사전은 안 보인다. 다행히 그림 사전이 있다. 생물, 장비 등 여러 분야의 사진과 그림을 수록하고, 각 부분 명칭을 번역한 사전이다. 영어, 한국어 등 몇 나라 버전이 있다. 혹시 컴퓨터 도서가 있나 찾아보았다. 나의 짧은 몽골어 실력으로 분간하기 어려워 찾지 못했다. 나오면서 점원에게 물어볼 걸 그랬나 하며 후회를 했다. 항상 어디가면 물어봐야 한다. 물어보지 못하는 이유? 나를 과신하거나, 자신감 부족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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