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스승의 날

▲ © 강성욱
몽골의 스승의 날은 10월 첫째 주 일요일이다. 기관별로 이날을 전후해서 기념을 한다고 한다. 더르너고비 아이막은 106() 기념식을 하였다. 우리나라의 스승의 날은 아주 껄끄러운 날이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는 하루 종일 축제를 한다. 연달아 축제판을 쫒아다니기 바빴지만 부러운 하루였다.
 
▲ © 강성욱
교사의 날을 박싱 바야링 으드르라고 한다. 선생을 박스라고 한다. 바야르는 몽골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행복하다또는 감사하다는 말이다. 으드르는 날이니까 교사에게 감사하는 날, 또는 교사가 행복한 날로 이해하면 되겠다.
 
▲ © 강성욱
 
기념식은 생샨드에 단 하나 있는 극장 사란 테아뜨르에서 시작했다. 300석 정도의 극장에 더르너고비 아아막 내 14개 솜의 교사와 은퇴한 교사들이 초대되어 들어 왔다. 아이막의 전체 교사 수가 600명 조금 넘으니까 절반 정도가 초대된 셈이다.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시작 시간인 9시 쯤 노인들이 하나 둘 극장 앞에 나타난다. 이들은 모두 멋진 델(몽골 정장) 차림에 가슴에 메달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대기하고 있던 젊은 교사들이 이들을 부축해서 극장 맨 앞자리에 모신다. 노인이 자리하고 나면 후배 교사들이 몰려 나와 수인사하고 얘기를 나눈다. 기관 동료가 이 분들 사진을 잘 찍어달라고 특별히 주문한다.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기념식은 사회주의 체제를 가졌던 국가답게 웅장하게 시작한다. 각 학교 깃발이 등장하고, 학생들이 도열하여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구호를 연창한다.
▲ © 강성욱



 
학생들의 감사의 노래 합창, 초청 가수 공연으로 이어진다.
 
▲ © 강성욱
 
▲ © 강성욱
 
그리고, 우리나라의 여느 기념식과 같이 각 기관 대표들이 지리하게 연설을 하고, 시상식이 이어진다. 이번 교사의 날을 기념해서 기관에서는 교사 뱃지를 새로 제작했다. 여기서는 나이 많은 공료 교사와 은퇴 교사들에게 시상하고, 뱃지를 달아주는 것으로 식을 마무리했다.
▲ © 강성욱
 
구십이 넘은 노인 은퇴 교사에게 마이크가 전달된다. 그는 힘겨운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한다. 하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청중들은 열광적인 박수로 화답한다. 선배와 후배들이 교감하는 자리가 되었다. 가진 것보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유목민들은 노인을 공경하고, 그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되어 있다.
▲ © 강성욱
 
▲ © 강성욱
 
쉬는 시간이 되자, 극장 직원들이 수태채를 날라와 교사들에게 대접한다. 사회자는 수태채와 과자로 간식을 하고 나서 소욤보 건물에 진열된 교육 박물관을 보라고 한다.
▲ © 강성욱
 
▲ © 강성욱
 
소욤보는 몽골 국기에 있는 문장이다. 해와 달, 넓은 들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의미를 가진 문장이다. 몽골인들은 소욤보 문장을 사랑해서 여러 가지 장식에 사용한다. 남자들은 소욤보 문장을 팔뚝에 문신으로 새기기도 한다. 생샨드에서 전시관 역할을 하는 건물 이름이 소욤보 건물이다.
▲ © 강성욱
 
▲ © 강성욱
 
소욤보 건물 마당과 전시실에 교육 자료전이 펼쳐졌다. 마당에는 작은 게르를 짓고, 교육 자료를 판매하는 회사들이 판촉 활동을 하고 있다.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2층 전시실에는 교육박물관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이 근대 교육을 시작한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학교에서 사용했던 물건과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책상, 가방, 필기도구, , 노트에서부터 각종 문서와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오래전에 사용했던 책가방, 필기구가 눈에 뜨인다. 종이가 귀한 시절에 칠판을 작게 잘라 만든 노트도 있다. 몽골이 20세기 초반부터 근대교육이 활성화되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 © 강성욱
 
노인 몇 명이 예전 사진과 교무 수첩을 들춰보며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다.
▲ © 강성욱
 
▲ © 강성욱
 
후배들을 격려하고 기념 찰영을 하는 훈훈한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연출된다. 내가 현역 시절에 겪어보지 못했던 다른 모습이다. 이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낀다. 우리나라의 학교나 기관에는 많은 교육 콘텐츠와 역사 자료가 보관되어 있다. 한 학교에 있는 자료만이라도 잘 정리해서 보여준다면 괜찮은 소통의 자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 © 강성욱
 
▲ © 강성욱
 
점심 식사는 기관에서 파티를 준비했다. 은퇴한 원로들을 초대하고, 기관 식구들이 같이 모여서 즐거움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이것도 한국에서 겪어보지 못했다. 부러움의 연속이다.
▲ © 강성욱
 
오후 세시에 돔 공연장인 후후드어르동(어린이궁전)’에서 축하 공연과 시상식이 개최되었다. 여기는 현직 교원들에게 시상하는 자리다.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2번 학교의 댄스 동아리의 주축은 나를 잘 따라, 한글 교실에 나오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의 공연 작품 이름은 테메(낙타) 발걸음이다. 몽골 민속춤의 동작 대부분이 어깨춤이지만 전체 안무가 고비 사람들을 나타내는 것이란다. 그래서 춤 이름이 고비의 상징인 낙타 발걸음이다.
 
 
▲ © 강성욱

해가 뉘엿뉘엿해져서야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하루 종일 진을 빼서 들어가 쉬려고 했더니, 투아리스트 캠프에 가서 축하 파티를 해야 한단다. 생샨드 입구에 시설이 잘 구비된 이흐 고비(큰 고비)’라는 관광 캠프가 있다. 여기는 외국인 관광객이 드물고, 몽골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캠프다. 시설은 태를지나 유명 관광지의 캠프에 뒤지지 않는다. 내년에 교사 관광단이 오면 여기를 코스로 추가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양고기와 채소를 넣은 국으로 허기를 때우고, 허르헉을 안주 삼아 주연이 시작된다. 깊은 밤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 왔다.
 
▲ © 강성욱
 
▲ © 강성욱
 
하루 종일 교사의 날 행사에 끌려 다니면서 녹초가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몽골의 교사들이 부러운 하루였다. 내가 현직 교사로 있을 때 서른 번도 넘는 스승의 날을 보냈지만 한 번도 흐믓했다거나 고마움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비록 개발이 늦은 나라지만 여기 사람들은 훌륭하게 교사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이런 것은 배워야한다. 한국에서 스승의 날은 그저 교사에게 선물이나 주는 날이었었다. 이게 서로 부담이 되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날로 전락해 버렸다. 우리도 과감하게 구습을 털어내고 이날 하루만이라도 서로 편하게 만나는 날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스승에게 감사하고, 선후배가 서로 소통하고, 교육 현장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스승의 날이 되기를 소망한다. 스승의 날이 교육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뉴스웨이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