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니 탈배가 여기다

▲     © 강성욱
 
사막에 큰 고개는 없어서 가는 길은 무난하다. 짐차 뒤에 매달려 있는 철제 파이프가 떨어져 두어 번 쉬어 휴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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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두시 쯤 되어 앞서 간 가축 무리를 만났다. 긴 여정이지만 가축들은 들의 풀을 뜯으며 가니까 그런대로 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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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쯤 새 정착지에 도착했다. 반경 10여 킬로미터 정도는 아무 거칠 게 없는 평원이다. 들판에 제법 푸른 풀이 보인다. 노란 꽃 무더기도 있다. 이 정도면 양과 염소가 한동안 배불리 먹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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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차에 실려 있는 가축들을 풀어 놓았다. 양과 염소는 아무데나 풀어 놓아도 산다. 들의 풀을 뜯으면 되니까. 여기는 푸른 풀들이 많다. 아이가 노고니 탈배!’라며 좋아하며 뛴다. 이 들에서 얼마나 살거냐고 물었다. 바트침게는 모른다고 한다. 여기 풀을 양과 염소가 삼일이면 다 먹어 치운다고 한다. 그러면 다시 게르 루~해야 한다고 한다. 삼일은 너무 심하고 여기서 한 철은 지낼 거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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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어 게르부터 지어야 한다. 게르를 뜯는 작업을 게르 볼가흐라고 하고, 게르 짖는 것은 게르 베르라고 한다. 지금은 게르 베르를 해야 한다. 먼저, 주인이 톤을 놓을 자리를 찾는다. 좋은 위치에 놓아야 한다. 톤이 놓아지면 그 자리에 게르가 들어서게 된다. 톤의 남쪽에 출입문을 놓는다. 그리고, 한을 톤 주위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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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한을 풀어 연결한 다음, 로프로 출입문과 한을 둘러 단단하게 묶는다. 그런데 게르 주위에 배수구를 파지 않는다. 여기는 일년 내내 물이 흐를 만큼 비가 오지 않는다. 빗물이 게르 벽 천을 적실만큼만 비가 와도 대단한 축복이다. 땅을 편편하게 고를 필요도 없다. 바람이 이미 땅을 평탄하게 깍아 놓았다. 그래서 이들은 짐 속에 땅을 팔 수 있는 도구, 삽과 괭이를 전혀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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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에 기둥 바근을 끈으로 단단하게 묶는다. 톤을 한() 중앙에 세울 때 바근 양쪽 기둥이 출입문과 방향이 일치하도록 잘 조절한다. 게르 출입문을 열었을 때 양 바근 사이로 호이모르가 바로 보여야 한다. 호이모르가 게르에서 가장 상석이다. 몽골인들이 게르 안에 둘러 앉을 때 호이모르에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앉는다. 사막의 살림집 게르에서는 호이모르에 부처와 같은 신당을 모신다. 그리고 게르에 들어 갔을 때 바근을 잡으면 절대 안 된다. 바근 사이에 서 있어도 안 된다. 게르가 흔들리지 않게 하려는 안전 수칙에서 나온 몽골인들의 터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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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이 세워지면 서까레 살인 온을 톤과 한에 연결한다. 톤에 있는 구멍에 온을 끼운 다음, 온의 한 쪽에 달려 있는 고리를 한의 살에 끼운다. 출입문 양 쪽에 온을 먼저 연결한 다음, 사방에 온을 끼워 게르 골격을 잡은 다음, 나머지 온을 끼워 골격을 완성한다. 한 개의 한에 15개의 온이 연결된다. 한이 네 개인 보통 크기의 게르는 60개의 온과 출입문의 6개를 합하여 66개의 온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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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골격이 완성되면 골격 위로 천을 둘러 씌운다. 천은 세겹으로 되어 있다. 가장 안 쪽에 얇은 내장재 천을 씌운다. 그 위로 방한재인 양모팰트로 된 천을 씌운다. 천정인 온 위쪽과 둘레인 한 바깥쪽에 양모팰트를 씌워 단단히 묶는다. 마지막으로 방수 겉 천을 씌운 후, 한 둘레에 3단으로 밸트로 단단히 묶는다. 밸트를 조일 때 한 주위에 3,4명이 밸트를 잡고, 니끄(하나) 호여르() 고롭() 구령하며, 당겨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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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골격 위에 천을 씌우는데 사막의 거센 바람이 일을 어렵게 하고 있다. 천이 바람에 이리저리 날려 주체할 수 없다. 방법은 체중이 작게 나가는 아이를 지붕 위에 올려 바람에 날리는 천을 붙잡게 하는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무카 조카를 올려 놓으니 딸인 빠피카도 덩달아 올라간다. 어렵사리 사막의 거센 바람을 무릅쓰고 게르를 완성했다. 안주인은 살림을 제자리에 놓고 나서, 난로에 불을 넣는다. 난로에 솥을 올려 차를 먼저 끓여 낸다. 차를 보온병에 담아 내고 나서, 일꾼들의 허기를 달래 줄 음식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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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를 지으려면 한 집만의 사람으로는 어림도 없다. 두 집 이상의 사람들이 서로 도와야 한다. 특히 오늘 같은 게르 이동은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의 팍팍한 생활 환경이 서로를 신뢰하고 단결시키는 문화를 만드는 요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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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를 짓고 나니 해가 서쪽 지평선에 걸리려고 한다. 어느새 하루가 다 되 간다. 저 쪽 언덕 너머로 움직임이 보인다. 가축 무리다. 이 녀석들은 거의 한나절을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차에 싣고 온 호러크(양새끼)와 이시크(염소새끼)가 매매 거리며 어미를 찾는다. 그래도 이 녀석들은 풀을 뜯으면서 걸으니까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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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게 축 쳐져 있는 녀석들은 노호이다. 노호이는 풀을 먹지 못한다. 사람이 주는 것만 먹는다. 차를 타고 왔어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은 노호이가 힘이 쭉 빠져 꼼짝도 못한다. 개 밥그릇을 찾아 초이반 한 그릇에 물을 부어 주었다. 눈만 꿈벅거리던 녀석이 정신이 번쩍 드나보다.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아무카 누나가 어제 짠 소젖이 상해간다고 투덜대다가 개밥그릇을 보더니 우유를 부어준다. 한참 동안 먹기 바쁘던 녀석이 드디어 머리를 들고 턴다. 어지간히 배가 찬 모양이다. 컹컹 짖더니 이리 저리 뛰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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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를 간신히 기거할 정도만 마무리하고 우리는 샤인샨드로 돌아 왔다. 나머지 일은 사막에 사는 사람들의 몫이다. 캄캄한 밤중에 사막에서 길을 찾아 가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낮에는 멀리 보이는 풍경을 보고,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자동차 전조등 불빛만 보고 가는 사막에서 유일한 이정표는 타이어 자국이다. 몇 번 길을 되 집어 갔다. 몇 시간 후 도시의 불빛이 보인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집에 들어가니 새벽 한 시가 넘었다. 옷을 털어 내고, 샤워기를 틀었다. 바람만 슉~ 하고 나온다. 아뿔싸~ 단수구나. 할 수 없이 생수를 대야에 담아 머리에 엉긴 흙먼지를 닦았다. 금새 물이 까메진다. 생수통을 보았다. 내일 밥 물 간신히 남았다. 할 수 없이 나머지는 수건으로. 순식간에 흙수건이 된다. 이 걸 어쩌나. 어쩔 수 없다. 이대로라도 자야 내일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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