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악순환을 불러 올 군사 개입에 대해 심각한 우려 표명…“군사 행동이 아니라 평화적 해결을”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국 정부의 시리아 공습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백악관과 주한 미국 대사관에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8월 2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되어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 정부군은 화학무기 사용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유엔 조사단이 파견되어 현지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 결과를 분석 중이다.
 
미국 정부는 시리아 정부군을 화학무기 공격의 주체로 지목하며 시리아에 대한 군사 행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9/9(월) 개원하는 미국 의회에서 시리아 군사 개입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공개서한에서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 올 군사 개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미국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승인 없이 단독으로 공격을 강행하는 것은 국제법상 명백한 위법이고 거센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서 또 다른 무력 개입이 아니라 정확한 조사와 국제법상의 절차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는 공습 계획을 철회하고,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 절차를 시작하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 미국의 시리아 군사 개입을 반대하는 공개서한<전문>
 
군사 개입은 시리아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군사 개입이 아닌 다른 방식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미국 정부가 시리아 내 화학무기가 사용된 사건을 계기로 군사 개입을 결정한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군사 개입이 해결책이 되기는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미국이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한다면, 공습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이에 대응하려는 시리아 정부군의 보복 공격으로 시리아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공습 이후의 혼란으로 훨씬 더 많은 민간인이 희생될 것은 명백합니다.
 
역사적으로 외국의 군사 개입은 분쟁을 더욱 키워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왔습니다. 이라크 전쟁과 리비아 내전의 경우를 보더라도 외부의 군사 개입은 내부의 무력 분쟁을 더욱 부채질했습니다. 2년 반을 넘기고 있는 시리아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뒤에서 군사분쟁을 지원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인을 보호하는 데 관심을 가지기보다 반군 혹은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며 내전을 악화시켜 왔던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시리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차적 방식은 또 다른 학살을 야기하게 될 공중 폭격이 아니라 군사지원의 중단이어야 합니다.
 
미국은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가 시리아 군사 공격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군사 개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국제사회의 승인 없이 단독으로 군사 공격을 하는 것은 국제법상 명백한 위법이며,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국제 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라크 전쟁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의 결의 없이 진행되는 전쟁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대 시리아 군사개입은 부시 전 대통령의 결정과 다를 게 없습니다. 미국 정부는 군사 개입에 대한 국내외의 비난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물론 시리아 내 화학무기를 사용한 측은 그로 인한 수많은 인명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금지된 화학무기의 사용은 묵과할 수 없으며 묵과해서도 안 됩니다. 누구든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행동입니다. 그러나 이 잘못된 행동에 대해 군사 공격으로 대응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국제사회가 대량살상무기 사용을 금지한 정신은 무분별한 군사 행동의 금지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정확하게 조사하고 그에 따라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여 국제법상의 절차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아직 유엔 조사단의 조사에 대한 분석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군사 공격을 감행한다면, 자칫 이동시켜 놓거나 숨겨놓은 화학무기를 공격하게 되어 치명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언론에 보도된 미국 정부의 대 시리아 공습 준비 계획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금지된 비인도 무기인 확산탄이 사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격에 사용될 것으로 알려진 토마호크 지상공격(TLAM) 순항 미사일은 델타형 탄두의 경우 확산탄인 BLU-97을 탑재하는데, 이로 인해 국제사회는 확산탄 사용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확산탄은 대량살상무기인 화학무기와 마찬가지로 비인도 무기로 규정되어 2010년에 발효된 확산탄금지협약에 따라 그 사용과 생산이 엄격히 금지된 무기입니다. 화학무기에 대한 응징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미국 정부가 또 다른 비인도 무기를 사용해 군사 공격을 감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가당착입니다. 미국 정부는 확산탄 사용 계획을 포함해 일체의 군사 개입 결정을 철회해야 합니다.
 
시리아 내전은 정부군과 반군의 대규모 학살과 보복으로 점철되고 있습니다. 시리아 외부의 무장 단체들이 개입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그 결과 10만 명 이상이 죽고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여타 국가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 대신 반군 혹은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며 내전을 악화시켜 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먼저 군사 개입과 군사 지원을 중단하고, 이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 지원을 중단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평화적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 절차를 시작하도록 시리아 분쟁 당사자들에게 중재를 제안하고, 시리아의 고통이 하루빨리 끝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 정부가 군사 행동 대신 시리아의 고통에 연대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3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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